2014년, 산림청 개청 이후 47년 만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탄생했다고 떠들썩했다. 외부 인사가 아니라 연구직 공무원이 국립수목원장 자리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목원 역사를 그려온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의 이야기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 여학생이라고는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혼자였다. 그저 막연하게 누구나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식물’이었을까. 내 삶은 ‘녹색 우주’ “대문 앞 가장 굵고 오래된, 집의 기둥 같은 단풍나무는 우리 아빠 나무, 동그랗고 아름다웠던 늘 푸른
인간의 과거는 문자를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문자 기록이 남아 있는 시대는 몇 천 년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오래된 700만 년 전 인간의 시간은 기호나 기록은 고사하고 삶의 희미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장 엉성했던 시절이다. 김상태 고고학자는 기록이 없는 과거의 끝을 잡아 현재로 찬찬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신간 ‘단단한 고고학’에는 고고학 중에서도 다소 별종으로 취급받는 구석기 고고학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 구석기 시대 도구사를 연구하는 김상태 고고학자는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춘
고령화 시대의 자산 관리 방법으로 최근 신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신탁이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은행 재직 당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리빙트러스트’를 런칭하고, 국내에서 ‘최초’인 다양한 신탁 상품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범위를 넓혀왔다. 금융권에서는 그를 신탁 분야의 ‘선구자’라 부를 정도다. 그는 곧 트러스트2.0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상속뿐 아니라 생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새뮤얼 울먼) 나이로 따지는 청춘은 한시적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청춘은 영원할 수 있다. 소나무처럼 언제나 푸르름을 간직한 중장년의 인생 3막을 돕는 사회적 기업 ‘에버영코리아’가 탄생한 지 어언 10년. 그 사이 60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푸릇한 10대의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은성 대표를 만났다. 2013년 송파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 ‘송파 인터넷 콘텐츠 사업단’이 토대가 된 에버영코리아. 당시 고령화 현상을 주시해온 정은성 대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던
48년 간 변화무쌍한 일터를 변함없이 지킨 베테랑 배우 윤유선. 롱런 비결은 욕심이 많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한다.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함을 많이 느껴요.” 예쁜 아이였던 윤유선은 이모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부터 시작해 엄마 연기 경력만 30년이 넘었다. “엄마 역할을 연기하면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아요. 진짜 엄마가 된 후 연기를 하면서 공감이 많이 됩니다.” 윤유선의 남편은 이성호 판사로, 두 사람은 만난 지 100일이 안 돼 결혼했다는
“저는 주인공이었던 적도, 멜로 연기를 한 적도 없어요.” 켜켜이 쌓은 필모그래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베테랑 배우 윤유선(54)의 고백이다. 주연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쉬움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일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오랜 시간 변함없이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윤유선은 사실 그만의 ‘행복한 인생’ 속 주인공이다. 일곱 살 때 영화 ‘만나야 할 사람’으로 데뷔한 윤유선은 48년간 ‘배우’라는 명함을 달고 있다. 배우로서의
유튜브 ‘꽃중년’을 운영하는 허은순 씨는 약 1만 5000팔로어와 소통하는 삶을 산다. 종일 드라마처럼 꽃중년 영상을 보는 ‘찐팬’(진짜 팬)들이 많다. 평소 옷을 좋아했고, 고쳐 입기를 즐겨 했던 허 씨는 유튜브를 통해 ‘푸르게 살자’는 패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월간 ‘어린이문학’을 통해 등단, 동화작가로 20년이 넘는 삶을 살았다. 1997년부터는 동화 사이트 ‘애기똥풀의 집’을 운영한 경력도 있다. 어린이도서관 관장으로 10년을 보냈고, 짧지만 친환경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도 했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는데 파리에 초청받아 개
은퇴 선배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내 편이 없어.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라는 말이 딱이지.” 20년간 국회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김상호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막막하기만 하던 어느 날, 치과 의자에 누워 임플란트 시술을 받다 문득 생각했다. ‘요즘은 기술도 좋아졌는데, 이빨이 빠졌다고 옛날만 그리워하고 있을 게 아니라 임플란트를 해서 새 이빨로 힘차게 살면 되지 않나?’ 김상호 씨는 그렇게 유튜버 ‘임플란트 타이거’로 새롭게 태어났다. 임플란트 타이거의 ‘내편TV’는 정부의 제도, 복
누구나 마음속 응어리를 갖고 있다. 그 응어리들이 뭉쳐 불안, 우울, 무기력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이 ‘의지가 약해서’ 혹은 ‘마음이 여려서’ 찾아온다고 여긴다. 이명수 원장은 우울증·공황장애·ADHD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 증상을 겪는 이들을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감싼다. 신간 ‘우울해방일지’에는 가려진 내면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도록, 증상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명수 원장은 24년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관점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바야흐로 인플루언서 시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통찰력을 나누며 인생2막 스타를 꿈꾸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3인 소개한다. 유튜브 ‘내편TV’ 임플란트 타이거(1969년생) 국회 공무원 출신 ‘임플란트 타이거’ 김상호 씨는 ‘내편TV’를 통해 정부 제도나 복지 정책 등의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한다. 최근 새로운 정보 제공 채널 ‘어그래TV’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강철헬스전략’ 강철진(1953년생) 수학교사 출신 강철진 씨는 ‘강철헬스전략’을 통해 시니어를 위한 운동
사람의 뇌에는 학습과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세포들이 얽혀 있다. 뇌는 기억이 사는 집인 셈이다. 기억이 오래도록 뇌라는 집에 머물도록 지켜주고 싶은 의사와 과학자가 있다.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만든 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오른쪽)와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이하 대표, 왼쪽)의 이야기다. 가슴 뛰는 삶, 이모코그의 시작 ‘내가 병원에서 의사로 사는 이유가 뭘까?’ 문득 이준영 교수는 생각했다.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기관지 천식은 그를 잠 못 들게 했다. 거의 매일 자지 못하고 외래 진료를 보면서도 그가 놓지 않았던 건 뇌에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더오페라는 300평 규모의 홀을 겸비한 시니어 복합문화공간이다. 홀에서는 댄스스포츠, 모델워킹, 난타, 뮤지컬 등 시니어 대상 아카테미뿐만 아니라 파티, 라틴바 등 이색적인 행사도 펼쳐진다. 홀 바닥은 특수 쿠션이 처리된 마루로, 댄스, 워킹 등 육체 활동에도 무릎에 무리가 덜 가도록 설계하는 등, 중장년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토록 시니어 취미에 진심이라는 국영서(61) 더오페라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중장년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게 되신 계기가 궁금한데요. 일찍이 노후
동화책 삽화처럼 알록달록한 그림과 아이에게 옛이야기 들려주듯 담담한 내레이션은 5·18 민주화운동, 노인, 장애라는 주제를 훑는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입버릇처럼 들먹이지만 정작 시선 주는 데는 박한 세상,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펼쳐 보이는 시도가 빛날 수밖에. 영화 ‘양림동 소녀’가 2023 서울국제노인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제의 막이 내린 대한극장 한켠에서 임영희, 오재형 감독을 만났다. 기나긴 코로나 시국, 아들은 집에만 있느라 답답해하는 어머니에게 크레파스와 사인펜을 선물했다. 그림으로나마 답답함을 풀고 세상
데뷔 25년차, 중년배우가 된 이필모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며 세월을 체감하지만 이 또한 기분 좋은 변화로 받아들인다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겠죠. 중년의 로맨스를 선보일 수도 있겠고요. 새롭게 펼쳐질 배우 인생이 기대됩니다” 이필모는 스스로를 ‘노력형 배우’라 말한다. 노력해도 빛이 나지 않던 무명 시절, 많이 힘들었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배우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 아세요? 출연하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 중일 때예요. 대중의 반응에 힘을 얻는 거죠” ‘필연 커플’로 유명한 이필모와 아내. 그는 아내의 장점은 털털
이필모(49)는 결혼과 함께 배우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5년 전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슬하에 둔 그는 작품 속에서도 아버지 역할을 연이어 연기했다. 그 과정을 통해 어느덧 ‘중년 배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체감된다. 이필모는 이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배우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필모는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 출연한다. 인터뷰 당시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었던 그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에 새롭게 보여줄 모습을 묻자 “아버지 역할을 맡은 점이 아닐